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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썼던건데 텍스트 파일을 발견해서 한번 올려봅니다.
두 작품 모두의 내용누설이 존재하니 주의해주세요. 기리노 나쓰오의 '다크'와 사쿠라바 카즈키의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모두 중간에 주인공이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 딸의 아버지 살해라는 드문 소재를 쓰면서, 두 작품은 묘한 공통점과 그에 반에 판이한 인식의 차이를 보인다. 두 작품 모두, 딸이 아버지를 직접적으로 흉기로 살해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발작으로 인해 주인공의 눈앞에서 쓰러지게 된다. 그리고 약을 제때에 먹지 못해 죽어버리고 만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그 인식은 판이하게 틀리다. 무라노 미로의 경우에는 어머니와의 관계와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인해 아버지에게 뿌리 깊고 음험한 증오를 품고 있었고, 그것은 약병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적극적인 행동, 개를 걷어차 죽여버리거나 죽어가는 아버지를 끝까지 지켜본다던가 하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반면에 오니시 아오이의 경우엔 막연한 불만만을 품고 있던 아버지를, [게임대회용 카드]를 우그러트려진 반발로 인해 아이다운 악의를 품고 그것을 친구인 미야노시타 시즈카로 인해 직시하게 되면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 약병을 몰래 숨겨놓는 소극적인 태도로 나타난다. 결국 아오이는 발작이 일어났을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장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도망치게 된다. 그녀는 어리고, 자신의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다만, 자신이 '죽였다'라는 죄책감만을 깊게 안고 있을 뿐. 미로와 아오이 모두 아버지를 자신이 '죽였다'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상 아오이의 경우엔 방관과 도주에 불과하다. 그저 자신이 한 일을 돌이키기 싫어서 둘러대는 변명에 가까울 뿐. 아오이는 사실 그 원인을 '살인자' 운운 하는 시즈카에게로 돌리고 있다. 그렇게 두려워 하면서도 그녀는 결국 자신의 터를 떠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할 따름이다. 반면, 미로는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닫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외국으로 떠나기까지 한다. 그녀는 도피하지만, 그것은 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누구보다 현실을 잘 깨닫고 있기에 행동으로 보여준 현실에의 반항이다. 이런 차이는 소설 속에서 설정된 여성들의 나이차에도 기인하겠지만,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연령대와 경험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난 두 작가의 개인적 약력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바가 없지만, 작가가 쓴 글에는 그 개인의 일부가 담겨 나오기에 그로서 유추할 따름이다. 단지 서술방식이나 소재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사쿠라바 카즈키의 작품은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보다 가볍다. 그리고 글의 느낌상으로 사쿠라바의 작품은 굉장히 젊게 느껴진다. 악의니 누군가를 죽이니 중얼거려도, 그것은 현실의 끝에 내몰려 악에 받친 상황까지 가기 때문이 아니다. 현실에서 붕 떠있는, 소녀의 치기어린 중얼거림이다. 냉혹한 현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그것에 대해 제 3자로서 방관하고 있고 싶어하는 그러한 느낌. 이는 오츠이치와 같은 작가의 작품에서도 엿보이는데 (작품적으로) 비슷한 연령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반면에 기리노는 딱 봐도 세파에 좀 시달린 아주머님(부정적인 의미는 아님)의 관록이 느껴진다. 미로가 중얼거리는, '나이 40이 되면 죽을 생각이다' 라는 말은 다름아닌 작가 자신이 입에 담고 있었던 말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절망적일 정도의 진솔한 한탄은 나올수가 없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통해 '사쿠라바 ㅉㅉ 기리노가 짱인듯'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작가 자신들이 쌓아온 인생의 경험치 레벨 차이, 시각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덧. ...라고, 당시에 쓰긴 했습니다만 사쿠라바는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해 버렸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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