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 text // pic // link // G?
|
아마 문학소녀를 읽으신 분들은 산다이바나시가 대충 뭔지 아시겠죠.
일단 3개의 소재는 제목 그대로고... 구상에 10~20분, 실제 글 작성에 30~40분 정도 걸린 글입니다. 고로 도합 1시간. 오탈자 정도의 퇴고는 아주 약간 했습니다만 내용의 첨삭은 전무합니다. 어딘가에 익명으로 투고한 글이지만 여기 올린다고 들킬 일은 없을것 같기에 오랜만에 글도 쓴 겸 올려봅니다. * * * "그럼 내가 누구인지 다시 맞춰봐." 내 자포자기한 질문에 그녀는 생기 넘치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머리에 형광등을 단 외계인!" 또다시 튀어나온 터무니없는 즉답.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내 머리 위쪽을 가리켰다. "이게 형광등처럼 보여?" "으응. 동그랗고 깜박깜박하고 빛나잖아."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난 내 머리 위쪽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고리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럼 외계인은 뭔데?" 그러자 그녀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사람은 말야. 너처럼 반투명하지도 않고, 둥실둥실 떠있지도 않고, 머리에 형광등을 달고 있지도 않거든." "…정론이네." "고로 사람이 아니란 이야기지. 아직 지구에서 너 같은 부류는 발견되지 않은 것 같고 말야. 그럼 답은 외계인 밖에 없잖아?"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난 더 이상의 반론을 제기해봤자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두 손을 들고 항복의 제스처를 취했다. “됐다. 됐어. 그래. 나는 네 말대로 머리에 형광등을 단 멍청한 외계인이다. 이제 속 시원해?” “진작에 정체를 밝혔으면 좋잖아.” 그녀는 만족스럽게 팔장을 끼었다. 그 자신만만한 표정은, 어린아이가 자신만의 논리로 어른을 격퇴시켰을 때나 짓는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조금 안쓰러운 느낌이 들어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었다. “뭐하는 짓이야!” 아, 따귀 맞았다. 그래봤자 그녀의 손은 내 얼굴을 훑고 지나갔을 뿐이지만.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과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저 한숨을 내쉬는 것 외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유령이란게 원래 그렇다. 있어도, 할 수 있는 건 없다. 어린아이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을 띄우고 있는 그녀. 올해로 25살이 된 그녀. 환자복을 입고 있는 그녀. 내 연인이었던 그녀. 그녀는 죽음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잊고 말았다. 아마 그 때문에 내가 유령이라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거겠지. 지금의 그녀는 내가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내가 머리에 형광등을 단 외계인이란 가설을 강변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이같은 천진난만함은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매력 중 하나였지만, 그녀는 지금 천진난만 운운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머릿속의 어딘가가 망가져 버린 것이다. 사실 나라도 내 옆에서 방금 전까지 웃으며 운전하던 연인이 유리파편에 얼굴이 꿰여 피투성이가 된 걸 차체에 짓눌려 1시간이나 바라보고 있자면 분명 어딘가가 망가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나중에 유령이 되어 내려온 뒤에야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던 일이지, 죽어가던 나에게 그런 자각은 없었다. 심지어 그녀의 울부짖음 조차도 듣지 못했으니. 자신이 죽은 순간을 기억하는 건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내 경우에는 그 순간을 떠올리면 헛웃음만 나온다. 지방으로 여행을 내려가던 도중 샀던 호두과자를 서로 먹겠다고 운전하던 나와 욕심 많은 그녀가 투닥거리다 노선을 변경하던 트럭에 들이받은 것이다. 이거야 뭐 부끄러워서 죽은 뒤에도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화려한 사인(死因)을 자랑하는 다른 유령들만 보면 우울해진다. 그깟 호두과자가 뭐였던지. 대기업에 입사가 확정되어 앞날이 창창하던 나는 사랑하던 여자친구에게 머리에 형광등을 단 외계인 취급이나 당하고 있다. 빌어먹을 휴게소. 호두과자 판매점 따위 다 망해버려라. 단 하나 잘 된 점이라면, 그녀가 죽음과 관련된 기억과 함께 나에 대한 기억도 몽땅 날려버렸단 점이다. 혹자는 슬픈 일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죽은 나로서는 그에 대해 별 미련도 없고 이제 곧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문제는 그 때문에 그녀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사실. 그건 별로 달가운 전개가 아니었기에 나는 위쪽의 높은 분들에게 잘 보여서 그녀 곁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결국 이런 꼴이 되어버렸다. 나는 다시 한번 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빙글빙글 웃다가 내 어깨 즈음을 툭툭 두드리는 시늉을 했다. “야. 너 말야.” “응?” “나 우주로 데려가줘.” “싫어.” “왜?” “너 무겁거든.” “나 안 무거워!” 어린아이처럼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는 그녀. 나는 그녀를 보며 다시 생각했다. 이런 그녀는 보고 싶지 않다고. “미안. 거짓말이었어.” “거짓말하지 마.” 그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나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뭐, 이걸로 됐어. 나의 알량한 마지막 소원은 이루어졌다. 나는 빛이 되어 스러지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이렇게 사라지면, 그녀에게 모든 기억을 돌려준다는 약속이다. 높은 분들과 약속한 거니 확실히 지켜주겠지. “어디가!” “난 외계인이니까 고향별로 돌아가야지.” “거짓말! 혼자 가지마! 응?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때릴게!” “미안해. 정말로.” “……!” 의식이 희미해진다. 이제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에 그녀가 나 때문에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소원은 고작 그 정도다. 나는 그런 속좁은 생각을 하며,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고 두 번째이자 마지막인 죽음을 즐겁게 맞이했다.
|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최근 등록된 트랙백
태그
이게뭐야
실루엣
나는이결혼반댈세
리틀바이리틀
마이조오타로
그건아니잖아
아이돌마스터DS
졸업논문살려줘
마코토X료
우시로미야나츠히
크리스마스테롤
괭이갈매기울적에
문학마스터코노하
투명
료칭X료찡O
용기사07
상식적으로생각해서사토유야강화한다고마이조오타로되냐
꿈이야기
문학소녀와신과마주보는작가
아키즈키료
오글오글
아직안죽고살아있습니다
←어쨌든겉으로는노말커플이니세이프
괭이갈매기울적에EP5
괭갈라디오
사토유야
시마모토리오
공식이병맛
정작목감기가걸려서오늘은죽외에아무것도안먹었ㅋ
카가미가시리즈
이글루 파인더
포토로그
| |||